옷소매 붉은 끝동 6회 재방송 다시보기
이준호 : 이산 역
오만하다! 그런데 오만해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적통 원손으로 태어나, 왕세손의 자리에 앉은 차기 군주.
태생이 그러한데, 머리까지 좋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안다.
오만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할 정도다.
깐깐하다!
동궁의 나인들은 훈육상궁이나 감찰상궁보다 세손 보기를 더 무서워한다.
땋은 머리라도 흐트러졌다간 당장 불호령이 떨어지고,
지각이라도 했다간 그 즉시 회초리다.
가장 큰 벌은 ‘반성문 써오기’.
이유는 생략한다.
남한테 엄격한 것 이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관리가 무섭도록 철저하다.
스스로를 무섭도록 몰아세우며
할아버지인 영조가 원하는 이상적인 ‘후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버지처럼 비참하게 죽고 싶지 않으니깐...
반드시 살아남아,
보란 듯이 성군이 되어 세상 사람들에게 증명해보이고 싶으니깐.
바꿔 말해, 그는 늘 남몰래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 그 누구에게도 무섭고 두렵다는 말을 할 수 없기에...
그는 ‘완벽한 왕세손’의 모습을 갑옷 삼아 몸에 두르고 있다.
늘 그 완벽함을 유지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계사년의 어느 여름날,
아무도 찾지 않는 동궁의 서고에서 맹랑한 궁녀 덕임을 만나기 전까지
이세영 : 성덕임 역
호기심으로 빛나는 커다란 눈동자,
천진난만한 흥분으로 물든 복숭앗빛 두 뺨이 사랑스러운 동궁의 지밀 생각시.
이따금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짖궂은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그녀에게도 나름대로 진지한 삶의 목표가 있다.
어떻게든 큰 돈을 모아,
족보를 사들여 오라비를 신분세탁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역적의 아들로 몰려
한성을 떠난 오라비와 다시 만나는 것이
유일한 꿈이기에,
어린 시절부터 ‘백 냥 모으기 십년지대계’를 시작해
늘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다.
주로 두 가지 방법으로 돈을 모으는데,
하나는 ‘전기수 노릇하며 책 읽어주기’, 다른 하나는 ‘필사일’이다.
이야기책을 읽어주는 전기수로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여,
궁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자랑한다.
필체 또한 궁녀들 중 으뜸으로,
왕실 여인들조차 그녀와 함께 책을 필사하고 싶어 먼저 청할 정도이다.
서상궁을 스승으로 따르고,
경희, 영희, 복연 세 동무들을 가족처럼 생각한다.
늘 동궁의 서고에서 홀로 번을 서며,
평화롭지만 똑같은 일상을 보내던 그녀 앞에,
어느 날 거만하고 싸가지 없는 한 청년이 나타난다.
그 청년의 가슴팍에 은화 다섯 닢을 냅다 던지면서
그녀의 소박했던 인생은 격변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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